사람의 마음처럼 상처받기 쉬운 것도 없지만 사람의 마음보다 더 넓게 다른 사람을 감싸안을 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 없다. 마음과 마음을 모아 추운 겨울을 따스하게 덥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나 소개하고자 한다. 2014년부터 가경회 회장을 맡고 있는 고 아무개 씨(세무사)가 들려준 이야기다. 2003년 가톨릭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을 마친 학생들은 ‘가경회’라는 동문 모임을 만들었다. 이듬해 이 아무개라는 가경회 회원이 뇌출혈로 쓰러졌고 보름 동안 의식을 찾지 못했다. 정신이 돌아온 뒤에도 눈만 깜빡일 수 있을 뿐 침대에 누운 채로 꼼짝하지 못했다. 병원의 의사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러나 이 아무개 회원의 부인은 남편을 포기하지 않았다. 남편과 함께 운영하던 회사를 정리 하고 혼자 직장에 다니며 남편을 돌보았다. 가경회의 다른 회원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해마다 세밑이 되면 병원으로 찾아가 가경회 회비와 위로금을 건넸고 2012년부터는 가경회 골프 모임(회장 송 아무개, 중소기업 대표)에서 기금을 모아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했다.
2014년 세밑이 되었다. 병원을 찾은 고 아무개 회장은 몰라보게 나아진 환자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 었다. 처음엔 손가락 끝만 까딱일 수 있었을 뿐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던 이 아무개 씨가 팔을 움직여 가며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10여 년 동안 온 마음을 쏟으며 남편을 돌본 부인과, 친구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킨 가경회 회원들이 이 아무개 씨에게 준 것은 다름 아닌 살고자 하는 의지였다. 그리고 그는 끝내 자신의 삶을 살아 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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